"정부 관행이 외국기업 ISD 제소 높일 우려"

2015-06-29 11:22:47 게재

국회 입법조사처 지적 … 승패 좌우할 '관할권 논란' 본격 심리

"우리나라 정부의 관행은 외국 투자기관들이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하는 경향을 높일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론스타의 아이에스디 제소에 대해 분석하며 지적한 말이다.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익시드)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와 론스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차 구술심리를 시작한다.
세계은행 본부 '팽팽한 긴장' … 론스타 대 한국정부 기싸움 고조 | 5월 15일 오전 8시 론스타와 한국정부 사이에 무려 5조원대의 소송전이 열린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본부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양측 소송당사자와 대리인들이 건물 1층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론스타 소송에 정부 대응 미흡" = 국회 입법조사처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26일 '론스타의 아이에스디 제소의 문제점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한-벨기에 투자협정의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봐야 알겠지만, 우리가 다소 불리한 입장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의 대응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관행을 그 이유로 들었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해외 투자자에 대해 보여주었던 전반적인 행태는 소위 글로벌스탠더드에 다소 미흡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아이에스디를 제소하게 만드는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관행이 외국 투자기관들이 아이에스디를 제기하는 경향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국내기업들 역시 후진적인 지배구조나 기업 경영형태에 대해서 국내 사법제도에 의존하는 경향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국제적 투자 기준에 미흡한 사법적 결과가 나올 경우, 대부분의 해외 투자집단은 통상협정에 명시된 아이에스디를 활용하게 돼 오히려 이를 통한 국가적 손실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퍼컴퍼니 보호 여부 논란 = 이번 심리에서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장해 온 '관할권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2차 심리가 이번 소송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관할권 문제는 론스타가 아이에스디에스를 제기한 근거인 '한-벨기에 투자협정'이 이번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느냐 여부다.

우리 정부는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이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인 만큼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가 서울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낸 1040여억원 상당의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한 것도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이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판단'때문이었다.

반면 론스타는 벨기에 법인이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설사 페이퍼컴퍼니라고 하더라도 한-벨기에 투자협정에는 '혜택의 부인 조항'이 없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혜택의 부인 조항은 협정 상대국 투자자가 아닌 자가 서류상 회사 설립을 통해 우회적으로 협정상 혜택을 누리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또한 이번 심리에서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부과한 세금의 적법성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투자자금 회수 과정에서 부당 과세를 당했다며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서울고등법원은 론스타가 제기한 100억원대 세금 소송에서 법인세 부과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는데, 이번 판결이 2차 심리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장승주 기자 5425@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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